정말 오랫만에 한글로 된 책들을 빌려서 읽었는데, 짧게나마 기록이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 써봄.
책 네 권인데, 제목나열순서가 거의 선호도 순으로 정리되었음.
1. 늑대토템 ( 중국, 장룽 저) *** (별 다섯개중)
상당히 두꺼운 두 권짜리 장편소설. 흔치 않은 소재를 생동감있게 그려내 독자를 몰입시키는 장점과 "대화"를 가장해 작가의 주장과 의견을 주저리주저리 길게 담은 단점이 함께 해서 점수를 깎아먹음.
문화혁명으로 북경에서 몽골로 파견된 한족 대학생 천전의 눈을 통해 그려지는 내몽골 (inner mongolia) 초원 유목민들의 생활과 그들이 숭배하는 늑대, 늑대를 통해 순환되는 자연의 섭리, 유목민들의 자연을 공경하는 생활방식이 어떻게 농경생활에 적응된 한족을 통해 파괴되어 가는지를 그려내고 있음.
늑대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 (떼거지로 다님. 교활하고 탐욕스러움, 약간 멍청하기도 함)를 깨고, 늑대의 생태와 생활방식에 대한 경외심까지 불러 일으킴. 몽골족, 돌궐족 등 한족들이 오랑캐라고 무시했던 유목민족들이 어떻게 전술과 전략의 지혜를 늑대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었으며 그것을 대륙정복에 이용했는지에 대한 시사하는 바가 꽤 있었음.
중간중간 설교조및 장광한 설명만 극복할 수 있다면 - 나중에는 그냥 그 부분을 알아서 건너뜀 - 읽을만한 소설
2.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장은진 저) ***
전직 우편배달부였던 주인공 나는 트라우마를 겪은 후, 집을 나와 전직 맹인안내견 와조와 함께 전국을 떠돌면서 각종 인간 군상들을 만나고, 그 짧은 만남후 그들에게 손편지를 쓰는 게 취미이다. 그들에게서 답장이 오는 순간,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지만, 좀처럼 답장은 오지 않고, 그런 여정중, 돌아다니며 자신의 책을 파는 여자를 만나 기묘한 동반을 하게 되는데...
가볍게 집어들었는데 - 소설에 대한 기대는 항상 적을 수록 좋다고 믿는다. 의외로 묵직한 내용이었을 경우, 감동이 더 크고, 그렇지 않을 때도 실망하지 않으니까 -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이 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여자가 쓴 책 "치약과 비누"의 첫 문장.
"오늘 나는 치약을 먹었다. 내일은 비누를 먹을 것이다"
"과거는 현재를 위해 봉헌되고, 미래는 현재를 위해 희생된다"
- 발명가였던 나의 아버지의 말 -
헤어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 자기 상태로 돌아가는 것
3.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저) **
지인들을 통해 김연수에 대한 호평을 들어와서, 망설임 없이 집어든 책인데, 사실 나에게 잘 맞는 옷(책)은 아닌 듯 하다.
1930년대 간도지역의 민생단 사건을 배경으로 중국 공산당내의 항일 조선인 투쟁가들의 노선 대립 (혁명에는 국적이 없으니 중국혁명이 우선이다 vs. 조선인으로서 조선의 식민지배를 끝내는 것이 중국혁명과 배치되지 않는다) 및 일본인들의 간도지배 정책 등의 거시적인 줄기와 만주철도 조사원으로 파견된 조선인 "나"가 연애사건을 통해 민생단에 휘말리게 되는지와 그 후속사건들을 다룬 미시적인 사건들이 연결된다.
민생단 사건의 비극성은 이해할 수 있는데, 이 소설은 주인공의 지나친 비장함이랄까 의식적인 우울... 이런 걸 통해 설득력을 잃어버린 느낌. 담담하게 조선 혁명가 김산의 삶을 서술한 님 웨일즈의 "아리랑"을 통해 느껴지는 시대적 비극에 대한 여운이 훨씬 컸었다.
이 소설이 대표작은 아니라고 하니 다른 책들도 읽어보긴 해야겠다.
4. 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 저) **
이 책이야말로, 극적인 사건 전개와 격렬한 감정의 충돌, 뚜렷한 주인공 묘사 등 내가 좋아라 하는 소설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내게 "강건너 불보듯" 독서 체험을 안겨주었음.
어쩌면 좋아하는 소설의 취향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1편 헝거 게임을 잇는 2편 캐칭 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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